[202104]전례 주년과 성모 공경
1월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의 유래와 의미

조영대 프란치스코 신부 광주대교구 대치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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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례력으로 성탄 팔일 축제 마지막 날이요 새해 첫날인 1월1일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이다. 1월1일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로 지내게 된 때는 1970년부터이다. 에페소 공의회(431년)가 성모 마리아께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했고, 동방교회에서는 이 축일을 예수 성탄 축일 다음날인 12월26일에 지내 왔으며, 로마 교회는 7세기부터 1월1일을 성모 마리아 축일로 지내 왔다.
지역마다 다른 날짜에 이 기념일을 지내 오다가 1931년 에페소 공의회 1500주년을 맞아 교회의 보편적 축일이 되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쇄신에 따라 1월1일로 결정되었으며, 명칭도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로 바꾸어 지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 주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1987년부터 1월1일을 의무 대축일로 지내고 있다.
순교자 및 성인들의 축일이 부활사상에서 기인하여 천상탄일을 축하하는 것과는 달리, 천주의 모친 성 마리아 대축일은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의 신비와 깊이 연관된 축제이다. 옛 로마시대의 전례대로 1월1일에 지내게 되는 이 축일은 구원의 신비 안에서 수행하신 마리아의 역할을 기념하고, “우리가 생명의 근원이신 성자를 맞아들이게 해주신” 거룩한 어머니께 드리는 특별한 존엄성을 찬미하는 날이다.
4세기에 성모 마리아께 대한 공경이 발전하게 된 것은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에 대한 논쟁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인하는 이단에 대해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성을 옹호하였으며,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人性)을 엄격히 구별하여 마리아는 ‘하느님의 모친’이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의 모친’이라고 주장하는 이단에 대해서도 431년 에페소 공의회를 통해 마리아가 ‘하느님의 모친’임을 신조로 정의, 공포함으로써 이단을 몰아냈던 것이다. 이러한 이단과의 논쟁 속에서 성모 마리아의 신비를 기념하고 가톨릭 교의를 확립하기 위해 성모 축일들이 4~5세기경에 동방교회에서 먼저 시작되었고, 7세기 이후에 서방교회로 전파되었다.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降生) 신비와 깊이 연관된 축제
가톨릭교회는 “구원 업적과 끊을 수 없이 결합되어 있는 하느님의 모친 복되신 마리아를 특별한 애정으로 공경한다”(전례헌장 103). 즉 성모 공경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모친’이라는 점에 그 근거를 둔다. 마리아의 자유로운 수락(루카 1,38)으로 구세주께서 이 세상에 오셨으며, 마리아는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님을 낳음으로써 인간 예수님의 어머니요 동시에 하느님의 어머니가 된 것이다.
나지안즈의 성 그레고리오는 마리아는 예수님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어머니, Theotoros의 신학을 확립한 인물로 유명하다. 예수님께서는 온전한 인간이셨을 뿐만 아니라 온전한 하느님이셨으니까 예수님의 어머니는 하느님의 어머니이기도 하다는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성 아타나시오 주교는 자신의 편지(Epist. ad Epictetum, 5-9: PG 26, 1058. 1062-1066)에서 하느님의 말씀께서 마리아에게서 인성을 취하심으로써 예수님은 참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심을 강조하여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바오로 사도에 의하면, “말씀께서 아브라함의 후손들을 보살펴 주시고자 모든 점에 있어서 당신의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하고” 우리와 같은 육신을 취하셔야 했습니다. 마리아가 존재하게 되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말씀께서는 우리를 위해 바치신 당신의 육신을 마리아에게서 취하신 것입니다.
성경은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해서 말할 때 “마리아는 그를 포대기로 쌌다.”고 하고 또 그를 젖 먹인 젖가슴은 복되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육신이 외부로부터 마리아 안으로 주입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천사는 마리아에게 단순히 “당신 안에서 태어날 것입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오히려 그 육신은 정말 마리아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을 믿을 수 있도록 천사는 “당신에게서 태어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말씀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당신이 우리 인성을 취하시어 그것을 희생 제물로 바치심으로써 우리 인성을 완전히 흡수하여 우리를 당신 신성으로 옷 입히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이 썩을 몸은 불멸의 옷을 입어야 하고 이 죽을 몸은 불사의 옷을 입어야 합니다.” 하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것을 가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나의 단순한 가현이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참으로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인간은 전인적인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구원은 절대로 허구가 아니고 육신만의 구원도 아닙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전인 즉 육신과 영혼의 구원이 성취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성서의 말씀대로 마리아에게서 탄생한 분은 참인간이셨고, 주님의 육신은 참 육신이었습니다. 우리와 똑같은 육신이었으므로 참 육신이었습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1월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
이렇듯 예수님의 어머니이시자 하느님의 어머님으로서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권능에 신비롭게 결합된 분이시며, 우리 믿는 이들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새해 첫날 사랑과 공경으로 기리는 것은 시련과 유혹이 많은 세상살이 한 해를 시작하며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보호와 전구에 의탁하는 의미에서도 마땅하고 절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인 1월1일은 또한 ‘세계 평화의 날’로도 지내고 있다. 1968년 교황 바오로 6세는 1월1일을 ‘세계 평화의 날’로 선포하면서 “평화란 생명과 진리와 정의와 사랑이 지닌 가장 높고 절대적인 가치”라고 주장하였다. 교황은 평화의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하여 하느님께 평화의 선물을 청할 좋은 기회임을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