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인터뷰_제주교구 중앙주교좌성당 이창준 시몬
제주교구 역사 기록자, 70대 현역 언론인

안창흡 프란치스코 제주Re.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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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구 역사의 현장 어느 곳이건, 교구의 크고 작은 행사가 열리는 현장 어디서든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칠순의 노신사 이창준 시몬 형제. 교구 역사 기록 곳곳에 그의 발품과 필력, 온갖 정성이 배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명예기자를 만나자 시몬 형제는 “3월26일 오후 2시부터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기념 제주 용수 표착 재현 미사’ 열리는 것 알고 있죠?” 확인부터 하신다. 성 김대건 사제 탄생 200주년인 2021년은 제주교구 설정 5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그리고 신축교안(‘이재수난’) 120주년을 맞는다. 그래서 제주교구에서는 심포지엄 등 뜻깊은 여러 행사를 추진 중이다.
용수 표착 재현 미사가 용수성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제주표착기념관과 차귀도 인근 해안에서 사제와 참여자 모두가 당대의 의상을 차려입고 진행하게 되며, 황사평 성지(5월)와 하논성당 순례길 일대(9월)에서는 신축교안 120주년 기념 ‘화해의 탑’ 제막식이 예정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화제는 용수성지로 옮아갔다. “성 김대건 신부님 일행이 라파엘호로 중국 상해에서 출발해 제주에 표착했는데, 1999년 9월19일 ‘용수성지’가 선포되었죠. 14,200여㎡(4,300평) 부지를 매입해 2006년에 라파엘호 모형의 기념관을 건립했고, 2년 후에는 금가항성당을 본뜬 기념성당까지 지어 봉헌했습니다. 없는 예산에 시작한 사업이어서 모금 활동을 다니던 일이 엊그제처럼 기억됩니다”라며 웃음지으신다.

‘제주천주교회 100년사’ 발간을 위해 동분서주 노력해
시몬 형제가 교구 봉사자로서 발을 들여놓은 때는 지금으로부터 26년전, ㈜럭키(현 LG그룹) 사원으로 육지부에서 일하던 그가 귀향하고 ‘제주선교 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총무 역할을 맡은 1995년부터였다. 2001년 ‘제주천주교회 100년사’(4×6판,820p) 발간에 이르기까지 많지 않은 역사 기록과 문헌을 찾고, 증언을 듣기 위해 동분서주, 무던히도 애를 썼던 기억이 어젠 듯 새롭다.
100년사를 엮어내기 위한 자료집도 4권이나 먼저 펴냈다. 제1집에는 제주 천주교회 약사를 비롯해 사진으로 본 제주교구 발자취, 각 본당 약사, 각 신심단체 현황 등을 담았다. 제2집은 ‘신축교안과 제주천주교회’ 타이틀로 냈다. 제3집은 ‘초기 본당과 성직자들의 서한1-라크루 신부 편’, 제4집은 ‘초기 본당과 성직자들의 서한2-페네·김원영·무세·타케·김양홍·이경만·주재용·이필경 신부 편’ 등을 한국교회사연구소에 의뢰해 펴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교회사 발간 작업이 이뤄지는 가운데 2000년, 교구 산하에 ‘시복시성추진위원회’와 ‘성지개발위원회’가 출범했는데 시몬 형제는 자연스럽게 두 기구의 총무직까지 맡아 일하게 되었다. 시복시성추진위원회(위원장 허승조 신부, 위원 : 故 최석우 몬시뇰, 차기진 박사, 현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 현 제주교구 사무처장 현요안 신부, 제주대 박찬식 박사 등)에서는 제주 출신 첫 영세자이면서 제주의 사도이자 첫 순교자인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1816∼1867)의 시복시성 운동을 펼쳐 2014년 8월16일,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종으로부터 복자로 시복되는 영광을 안았다.
시복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숱한 에피소드가 있다. ‘김해김씨좌정승공파 신방계’ 족보를 뒤져 ‘김성철’이라는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 복자의 원명을 찾아내고, 부모와 아내, 형제들의 무덤과 비석을 확인하고, 집안 인물들의 사진 속 특징을 모아 복자의 영정도 제작했다. 그리고 1980년대에 통영에서 근무했던 인연으로 체포된 곳과 갇히고 취조 당했던 곳, 순교한 곳 등의 흔적을 찾아 두 차례나 통영을 직접 방문하며 김기량 펠릭스 베드로의 순교 정신을 현양하기 위해 발품을 팔고 또 팔았다.
성지개발위원회는 용수성지, 대정성지, 황사평성지 정비를 비롯해 성지순례길 조성 등의 사업을 펴오면서 현재는 ‘용수성지운영위원회’로 개칭되어 시몬 형제가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이창준 시몬 형제는 올해 2월에 총무직을 벗은 ‘시복시성추진위원회’ 사업과 관련해 신축교안 때 피살된 신재순 아우구스티노(평신도) 순교자에 대해 제주교구에서 시복 운동을 펴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여긴다.
현재 신 아우구스티노 순교자는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위원장 유홍식 주교)의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 시복 추진 명단에 제주 신축교안 순교자로서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지난해 6월에 신재순 순교자에 대한 조사차 제주를 방문했을 때 라크루 신부 사제관터를 비롯해 제주목 관아, 순교터인 관덕정, 가매장지 별도천, 황사평 묘역 등을 안내했다. 특히 황사평 성지에서 합장묘(순교자묘) 조성 당시의 배치도 사진과 비석 등을 통해 신재순 아우구스티노의 이름이 뚜렷이 드러나면서 ‘순교가 맞다’는 평가를 얻어내었다고 들려주셨다.
현재 가톨릭신문 제주지사장으로 일하는 시몬 형제는 교구 이주사목위원회, 교구 순례길위원회, 제주교구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약해오고 있다. 이창준 시몬 형제는 “제주 출신 첫 사제 고군삼 베네딕토, 제주 출신 첫 신학생으로서 한국인 처음으로 로마 교황 베네딕토 15세 교황을 알현한 전을생 아우구스티노를 교구 주보에 소개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고요. 이제 제주 출신 첫 수녀 강 마르따에 대해 소개하려고 준비 중”이라 말한다.
특히 그는 “선종하신 김영환 베드로 선생님이나 서문본당 원로이신 김원민 골롬바노 같은 신앙 선배님들이 걸어오신 길에 저도 한 발자국 함께한다는 마음입니다. 평소에 습관적인 기록이라든지 무심코 모아두는 자료들이 합장묘역 배치도 등으로 나타나면서 시복시성을 위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라며 웃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