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허영엽 신부의 ‘나눔’
사순절 특강 어린이(?) 강사

허영엽 마티아 신부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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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림절이나 사순절이 되면 보통 본당에서 신자들을 위한 신앙특강을 준비를 하죠. 저도 첫 주임신부로 활동했던 구파발성당에서 강의 잘하시는 신부님들, 강사들을 모셔서 때에 맞춰 특강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교회 안에서 특별강의를 하시는 분들은 그 숫자가 많지 않지요. 그래서 나는 어느 해 사순절 특강에서 새로운 강사 라인업(?)을 준비했어요.
    사순절 중 한 주를 주일학교 초등학생들이 강의하도록 준비를 했죠. 주일학교 선생님들에게 부탁해서 주일학교 학생 중에서 세 명을 뽑았어요.
    강의 주제는 ‘나는 언제, 어떻게 하느님을 만났는가?’였어요. 어찌 보면 어린이들에게 어려운 주제일 수 있어서 조금 걱정이 되었어요. 우선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공책에 써서 사제관으로 오도록 했어요. 주제가 조금 추상적이라 아이들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각자 준비한 것을 다른 두 학생과 내 앞에서 발표를 시켰지요. 내가 걱정한 것은 기우였어요. 모두들 대견하게 자신들의 체험 이야기를 잘 써왔어요.
    실제로 사순절 특강이 있는 날, 저는 직접 성당에서 신자들에게 어린이들을 소개했어요. 어린이들은 한 사람씩 제대에 올라가 자신의 신앙체험을 담담하게 이야기했어요. 처음엔 호기심으로 바라보던 어른들도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점차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요.
    성당 마당에서 그저 천진난만한 뛰어놀기만 하는 것 같았던 어린이들에게 저런 기특한 생각과 체험이 있다는 것에 모두 적잖게 놀라는 모습이었어요. 하느님은 아이들에게는 그들에게 맞는 방식으로 오셔서 말씀을 건네주시고 함께하신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죠.
    그중 가장 인상적인 학생은 개신교를 다니다가 자신이 스스로 성당을 찾아와 직접 개종한 5학년 여자 초등학생이었어요.
    그 여학생은 전에도 내가 “왜 개종을 하게 되었니?”하고 물으면 “성당에 오면 시끄럽지도 않고 조용해서 기도를 더 잘 할 수 있어서요”라며 천연덕스럽게 대답을 했어요.
    “나는 길을 가다가 갑자가 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했어요. 그런데 어른 몇 분들이 오셔서 매일 옆 침대에 있는 환자를 위해 기도해주었어요. 우리 교회에서는 보통 큰 목소리로 기도를 하는데 그분들은 아주 작은 모기(?)소리처럼 들릴락 말락 한 작은 소리로 기도를 했어요. 저는 기도는 항상 큰 소리로 하는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그리고 기도가 끝난 후 가실 때에 꼭 내게도 와서 시끄럽게 해서 쉬는 것을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하시면서 몸조리 잘하라고 했어요. 그분들이 드리는 기도를 가만히 누워서 들어보면 대부분 감사하는 기도였어요. 사실 저는 기도할 때 하느님께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하는 기도를 많이 드렸거든요. 그리고 그분들은 거의 매일 옆에 계신 환자 할머니를 찾아오셔서 기도를 드린 후에 과일도 깎아서 드리곤 했어요. 그분들은 먹을 것을 가져오면 그 병실에 있는 모든 환자뿐 아니라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드리곤 했어요. 나도 처음 사고를 당했을 때 처음에는 솔직히 하느님을 원망했는데~~~ 크게 다치지 않아서 나중에는 나도 저절로 감사기도를 드리게 되었어요.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오는 분들이 성당에서 봉사하시는 레지오 단원이라고 들었어요. 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린이들이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 모습에 감동
실제 사순절 특강이 있던 날 제대에 꼿꼿이 서서 강의를 하는 어린이들을 보며 나는 깜짝 놀랐어요. 나뿐만 아니라 성당의 수백 명 신자들도 무척 놀라는 눈치였어요. 아! 어린이들은 저렇게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는구나!
그밖에 다른 어린이들로부터도 자신의 눈높이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감동했어요. 사실 어디 다른 곳에서는 들을 수 없는 내용이잖아요. 그러면서 하느님은 어린이들을 특별하게 사랑하신다는 것을 느꼈어요.
또 다른 강사(?)어린이는 매일 부모님과 저녁기도를 바치면서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리고 그 부모님은 기도가 끝나고 항상 자녀들을 위해 기도해주고 꼭 끌어안아 주신다고 해요. 눈을 감고 상상만 해도 참 마음이 따뜻해져요.
제가 신학생 때 시골에 농촌 봉사 활동을 갔을 때 대가족과 함께 저녁기도를 드리는데 초등학교 3학년 동생이 5학년인 언니를 위해 자유기도를 드리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성가정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역시 어렸을 때 한 가족이 둘러앉아 기도를 한 체험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이 되죠.
그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던 강사 어린이들은 지금은 모두 다 성장해서 40대중반 이상이 되었을 거예요. 그러나 많은 사람들을 앞에 놓고 강론대에서 자신들의 신앙체험을 나눈 것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 살면서 이처럼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추억도 드물 거예요.
모두들 건강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훌륭한 신앙인들이 되기를 기도합니다.